2003년 5월 20일자 스포츠 조선에 실린 기사입니다.

[최재성의 축구산책] 최용수 고공비행 비결은 인내심   2003. 5. 19.

최용수(30ㆍ이치하라)의 상승세가 거침이 없다.
　두 경기 연속 해트트릭으로 열도를 발칵 뒤집은 뒤 두어 경기 잠잠한가 싶더니 지난 17일 가시마전에서 또다시 골소식을 띄웠다.
　올들어 치른 9경기서 무려 9골을 쏴 J-리그 득점순위 맨 위에 올라 있다.
　야나기사와(26ㆍ가시마) 같은 한다 하는 일본의 간판 스트라이커들도 감히 근접을 못하고 있다.
　98년 프랑스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맹위를 떨친 후로 한풀 꺾였던 기세가 고스란히 되살아나 참으로 다행이다.
　대견도 하고, 궁금도 해 전화를 걸어 비결을 물었더니 최용수는 주저없이 '인내'를 첫손에 꼽았다.
　'오로지 그라운드에서 실력으로 말하자'고 맘먹고 그저 참고, 또 참았단다. 말수도 줄이고, 감정도 삭이며.
　어차피 '내 바닥'이 아닌 이상 부릴 성질 다 부리고, 하고 싶은 말 다하고는 생존이 어려운 법.
　어이없는 텃세에 속이 뒤집혀도 미소를 잃지 않았고, 이런저런 지저분한 반칙들도 꾹꾹 참아내며 골사냥에만 매달렸다고 한다.
　최용수는 당초(唐椒)보다 맵다던 할머니적 시집살이 같은 험난한 세월을 용케 참아내고 마침내 J-리그 정상에 우뚝 선 것이다.
　스스로도 대견했던지 "성질대로 했으면 걷어차도 여럿 걷어찼고, 쥐어박아도 여러 놈 쥐어박았을 것"이라며 웃는다.
　성질 팔팔한 최용수가 그토록 독하게 어금니를 물었다면 속은 얼마나 문드러졌을까.
　재작년 어느 날엔 너무나도 화가 치밀어 한밤중에 전차타고 당시 가시와의 홍명보네 집으로 1시간반을 달려간 적도 있다고 한다.
　"단 한 번이라도 감정을 폭발시켰더라면 분명 오늘은 없었을 것"이라는 그의 회고담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인내는 쓰지만 그 열매는 달다'는 말을 특히 요즘들어 절감하며 산다는 최용수.
　그의 지독한 참을성이 올시즌 만큼은 득점왕이라는 멋진 결실로 이어질 것 같은 느낌이다. < 축구부 차장ㆍkkach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