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5월 1일자 조선일보 독자란(최정일61·대전시 서구) 에
   게제된 글입니다.>>

이 글을 읽고 너무 부러워서 펐습니다. 한국에 이런 가게 어디
없나요?

[내 생각은] 모형山 걷게한 뒤 물건 판 美등산백화점
지난 2월 딸아이가 미국의 인디애나폴리스에서 결혼을 했다. 결혼식 참석차 미국에 갔다가 감동받았던 경험을 적고자 한다.
이왕 미국에 간 김에 관광도 하고 오려고 나이아가라 폭포를 찾아갔다. 하지만 한겨울이라 얼어붙어 있어서 장관을 볼 수 없었다. 내가 등산을 좋아하는 것을 아는 딸아이가 등산백화점에나 구경가자고 했다.
등산백화점에 도착하니 큰 규모의 건물에서 온통 등산장비와 스키장비만 팔고 있었다. 이리저리 다니며 가격을 알아보니 우리나라 제품과 가격도 비슷하고, 품질면에서도 비슷한 것 같았다. 딸아이가 기념으로 등산화를 사주겠다고 했다. 사실 집에 있는 등산화가 낡았기에 방수가 잘되는 것으로 하나 구입하려고 마음먹었다.
판매직원이 내 발 치수를 잰 후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체중은 얼마나 나가느냐, 배낭 무게는 얼마 정도 되느냐, 어느 정도 높이의 산에 자주 오르느냐, 밋밋한 산에 자주 가느냐, 암벽을 등반하느냐 등 구체적인 질문을 하더니 등산화를 신고 준비되어 있는 모형산을 30분 동안 걸어보라고 한다. 정말 세심한 배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내가 원하는 등산화 치수가 없었다. 내일 한국에 가야 하니 맞는 치수의 등산화를 구해 주면 딸아이가 사서 한국으로 부치겠다고 하면서 계약금을 주려고 하니 그렇게는 팔지 않는다고 한다. 반드시 신어 보고 30분 이상 걸어 보고 문제가 없어야 판다는 것이다. 그들의 철두철미한 판매정신과 고객에 대한 배려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우리도 남의 나라 것이라도 본받을 만한 것은 배우자. 물론 상품 하나라도 더 파는 것이 상술이라지만 완벽하지 않으면 팔지 않겠다는 마음씨가 가슴에 와닿는다. 상인의 입장에서는 한 번 사가면 또 언제 오겠느냐고 생각할지 몰라도 고객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하루이틀 장사하고 그만둘 게 아니지 않은가. 나 역시 등산을 계속할 것이고, 친구들에게 그 집에 가면 틀림없다고 진심으로 권하고 싶은 등산용품점이 있었으면 좋겠다. 다음에 미국에 갈 기회가 생기면 그 집에 꼭 들르고 싶다. (최정일 61·대전시 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