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64) 일간스포츠 축구해설위원은 세계를 제패한 최덕주(50) 감독의 옛 스승이다. 부산 동래고와 한일은행(1984년)에서 사제의 인연을 맺었다. 최 감독의 일본행을 도운 이도 김 위원이었다. 그에게 최 감독의 옛 이야기를 들었다.

-최 감독은 어떤 제자였나.

"내가 동래고 감독에 부임했을 때 받은 첫 신입생이었다. 한일은행(1984년)에서도 함께 했던 제자다. 나중에 알고 보니 고향(경남 통영)도 같더라. 최전방 공격수로도 뛰고 왼쪽·오른쪽 측면을 모두 소화했던 만능 선수였다. 말썽 부리지 않고 항상 차분했다. 한 마디로 모범생이었다. 축구 센스도 뛰어나고 체격과 스피드를 두루 갖춘 기대주였는데 무릎 부상으로 더 성장하지 못했다. 동래고에 입학했을 때부터 오른 무릎이 좋지 않더니 나중에는 양쪽 무릎 다 말썽을 부렸다. 결국 세 차례 수술을 받더니 일찍 선수 생활을 접어야했다."

-지도자로서 가능성이 있어 보였나.

"동래고 동기들이 12명이 있었는데 정용환 등 국가대표로 성장한 선수들이 있던 반면 최덕주처럼 빛을 보지 못한 제자들도 있었다. 평소 차분하고 꼼꼼한데다 동료들을 잘 아울러 지도자의 소양을 두루 지니고 있었다. 타고난 성실함이 세계를 제패한 성공의 비결이 아닌가 싶다."

-최 감독의 일본 진출을 도왔다고 하는데.

"최 감독이 독일 진출을 모색하던 때 마침 나도 독일에 있었다. 그가 고민하던 모습을 지켜봤다. 유럽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려 했지만 준비가 부족해 보였다. 그래서 일본 모모야마 대학의 고승하 교수를 소개시켜줬다. 이를 계기로 오사카로 건너가 마쓰시다 전기(현 감바 오사카)에서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고, 그 곳에서 지도자로 입문했다. 조총련계 오사카 조선고 등에서 좋은 성적과 평가를 받았다. 일어 공부도 열심히 했고, 체벌하지 않고 선수들의 창의성을 살리는 지도방식으로 선수들과 호흡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최 감독에게 조언한다면.

"대회를 앞두고 잠시 통영에서 만나 덕담했는데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들어와 자랑스럽고 고맙다. 그동안 독일·일본·브라질 등 세계를 돌아다니며 견문을 넓혔듯 꾸준히 공부해서 더 좋은 선수들을 육성하고 더 큰 대회에서 우승하는 지도자가 되기를 바란다."

최원창 기자 [gerrard11@joongang.co.kr]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