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치명문' 동래고등학교가 눈물을 흘렸다. 지역구에 출마한 동래고 출신 후보 세 명이 모두 분루를 삼켰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국회에서 동래고 출신 지역구 국회의원은 한 명도 없게 됐다. 이 같은 상황은 30여 년 만에 처음이라는 것이 동래고 동문들의 이야기다.

이번 총선에 입후보한 동래고 출신은 부산 동래구 오세경(54회·한나라당), 금정구 박승환(52회·한나라당), 경남 양산 유재명(50회·무소속) 후보 등 모두 세 명이다. 오 후보는 친박연대 이진복 전 구청장에게, 박 후보는 김세연 동일고무벨트 사장에게 무릎을 꿇었다. 유 후보는 허범도 후보에게 고배를 마셨다.

동래고는 10대 국회인 1979년부터 매회 빠짐없이 국회의원을 배출했던 정치명문 고교라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동래고 출신으로 가장 잘 알려진 정치인은 박관용 전 국회의장. 박 전 의장은 1981년 11대 국회부터 2004년 탄핵 역풍을 맞아 물러나기 전까지 24년간 동래구에서 내리 6선을 했다. 김종하 전 국회부의장도 두 번째 가라면 섭섭해할 정도다. 김 전 부의장은 경남 창원에서 10, 11, 14, 15, 16대에 걸쳐 5선을 역임했다.

동래고의 텃밭인 동래구에서 박 전 의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이재웅 의원이 17대 국회 입성에 성공했지만 이 의원은 18대 총선에 고교 후배인 오 후보에게 자리를 내줘야 했다. 하지만 오 후보도 막판 무소속 바람과 동래구청장을 역임한 이 후보의 벽을 넘지 못했다. 오 후보에게 신승한 이 당선자는 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와 방송통신대를 졸업했다.

금정구 박승환 후보는 한반도대운하팀을 이끌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신임을 받았고, 이를 토대로 공천을 얻었지만 정작 본선에선 고 김진재 의원의 아들인 김세연 후보에게 더블 스코어로 졌다.

하지만 동래고등학교 총동문회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이다. 총동문회 관계자는 "국회의원은 정치적 상징성이 큰데 이번에 배출이 안돼 아쉬움이 많다. 하지만 청와대를 비롯해 정부 곳곳에서 활동하는 동문이 많고 이번에 출마한 동문들의 나이가 젊어 향후 재기에 성공하면 정치명문의 명성을 유지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