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고 제군에게 告함


윤  인구(사립 4회)


삼일 운동이  일어난 그 해는 사립 동래고보의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진학하던 해였다.

여러 모양으로 학업을 계속할려고 노력했으나 여의치 못하여 정든 鶴巢臺을 등지고 일본으로 떠나간 나에게 동고 나의 모교를 생각할 떄 마다 어린 시대의 꿈 많던 그 옛날을 그리고 아직도 마음 설렘을 느낀다.


우리의 어른들이 어째서 東이라는 글자를 좋아하셨는지

우리는 가는 곳마다 東明 또는 東光이란 칭호 쓰기를 기뻐하고 누구가 동래라는 말만 하면은 온몸이 모두 귀가 뒤어 그 소식 듣기를 반기었던 것은 어린 시절에 동고에서 자란 꿈의 세계를 그림이 아니었던가


내가 지금 일 보는 부산대학교가 항구 좁은 터을 떠나서 학원으로서의 새 부지를 구할 때에나는 어린 시대의 꿈의 세계를 다시 찾어 동래 금정산 기슭 에 터를 잡고 그 곳을 내 스스로 새벽벌(曉原)이라고 명명 것도 이 까닭이간 한다.

동고의 출신이 허다한데 학교를 졸업도 못하고 떠난 나를 동창회장으로 세워준 것도 내 마음 한구석에 살아 있는 모교를 그리는 정을 알아 줌인줄 알고 감격을 금치 못한다.

부산대학교 안에는 망월회라는 동고 출신들의 모임이 있다.

우리 시대 사람이면 鶴巢臺라고 했꺴으나 이도 자연적인 발전임을 알고 기뻐한다.

우리들이 어린 학들과 같이 항상 鶴巢臺에 모여서 앞날을 꿈꾸듯이 우리의 후배들은 망월대에 올라 가서 새 세대를 바라들 보는가!

일전 동고에 가서 노다이 사건 기념식에 참석하여 여러가지 생각한 바가 없지 않았다.

우리 동고에는 정신이 살아 있다.

그것은 무엇인가?

여러가지 표현 하겠으나 내가 보기에 우리 동고를 거처 나온 이로선 뜻이 적은 이는 없었다.

그리고 내가 다 되었다고 스스로 뽑내는 이도 보지 못했다.

조직이나 구습에 얽매여 숨 답답하게 살고 있는 사람도 찾지 못했다.

현시에서 초월하여 항상 새 세기를 바라보고 사는 사람들 같다. 그 많은 동맹휴학들도 이 정신의 표현일것이다.

현재 동고에 재학 중인 학생들과 이번에 교문을 떠나는 우리들의 후배들에게 혹시 부탁하는 말이 있다면 그것은 딴 것이 아니고 우리가 자라온 이 정신을 계승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 정신은 그렇게 훌륭하다는 것 보담은 그것은 아직 끝을 보지 못하고 자라나고 있는 까닭이니 東은 영원이 東이다.

그리고 [빛은 東에서]라는 금언도 진리임을 굳게 믿는다.

[국립부산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