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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동고 인물 열전(2)-코주부 만화가 김용환 |
|---|---|
| 글쓴이 | 동창회사무국(1) [ donggoyamail@hanmail.net ] |
| 작성일 | 2007-03-16 |
동고 인물 열전 시리즈 2번째는 우리나라의 전설적 그림쟁이 "코주부" 고 김용환(22회)동문을 소개 드립니다.
■미인 박명이라!
지금부터 전설적인 그림쟁이 '코주부' 김용환(호 木丁)을 소개하려 한다. 미인박명이란 말이 어울리려나. 미색이 뛰어난 여자가 주위 남자들 때문에 멀쩡하게 살기 힘들 듯, 기타고지라는 필명으로 해방 전까지 일본의 일류 삽화가로 이름을 날렸던 김용환은 너무나 뛰어났던 그림 실력 때문에 북한과 한국 정권이 자신의 곁에 두고 이용하려고만 했던, 그래서 개인사는 대단히 비극적일 수밖에 없던 그림의 천재였다. 운보 김기창 역시 만화 일감을 얻기 위해 꿀밤을 맞으면서도 그를 졸졸 따라다녔을 정도로 김용환의 지명도는 단연 톱이었다.
일본 데이코쿠 미술학교를 졸업하고는 <니혼쇼넨> 잡지 전속 삽화작가, 당시 일본 최고의 출판사 고단샤 작가로 활동하다 공습을 피하기 위해 해방 전 한국 땅을 밟았다. 해방 후부터 1959년 일본으로 건너가기 전까지 시사만화, 아동만화 분야에서 맹활약하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돈 잘 버는 예술인으로 군림했으나, 가정생활은 불행했다.
만화, 삽화, 일러스트레이션, 동양화, 서양화, 붓화, 펜화, 유화, 수채화 등 그림의 온갖 장르를 초일류 급으로 주물렀던 그림쟁이는 김용환 이후로 다시는 나오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김용환' 하면 펜화다. 세밀하고 유려한 펜 선으로 사실적인 화면을 연출하는 그의 능력은 예술이다. 동양이건 서양 소재 건 그의 펜만 닿으면 더할 나위 없이 격조 있는 그림이 되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최고의 그림쟁이로 통하던 그가 감옥에 갇혀 춘화도를 그리게 되는 기막힌 사건을 당한다.
1950년 6.25 직후 김용환은 부인과 함께 명동 언덕바지에서 '금붕어'라는 다방을 경영하고 있었다. 다방을 정리하느라 시간을 지체한 그는 한강 대교가 폭파됐다는 소식을 듣게 됐고 결국 서울 안에 갇혀버리고 말았다.
26, 27일 번갯불처럼 서울을 장악한 인민군은 반공 활동을 한 지식인을 색출하기 시작했다. 인민군 보위부에 붙잡힌 코주부는 취조 끝에 선동 조직인 미술가 동맹에 넘겨졌다. 그에겐 '악질 반동'이란 딱지가 붙었다. 전쟁 전까지 그는 남한에서 가장 잘 나가는 시사 만화가였기 때문이다. 그의 재주를 높이 산 미술가 동맹위원장은 구명을 대가로 전향을 제안했다.
바로 그 자리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한반도를 다 내주고 현해탄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포스터를 그리라 명령했다.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자신과 같이 잡혀와 있던 사람들이 끌려 나가 총소리와 함께 돌아오지 못하는 것을 여러 번 목격한 판국에. 포스터가 완성되자 인민군은 '이승만의 주구'였던 코주부가 전향을 했다며 그 포스터는 곳곳에 뿌려졌다.
아, 운명의 장난이런가. 9.28 서울 수복이 이루어지자 이번엔 국군이 그를 잡아들였다. 이승만 포스터를 본 방첩부대 CIC는 그를 빨갱이로 취조했다. 국군에서도 그를 알아보고 기회를 주었다. 인민군 포스터와 반대로 김일성이 북으로 쫓겨가 두만강에 풍덩 빠져죽는 포스터를 그려 목숨을 연명했다.
그 다음에는 '인간 지옥' 서대문 형무소로 이송됐다. 덩치가 큰 김용환에게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기아. 하루에 '가다 밥'(틀에 찍어 주는 밥) 두 개로는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간수 한 명이 제안을 해왔다.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그려서 마음에 들면 가다 밥을 한 개 더 주겠다는 것. 아주 진한 춘화도였다.
소등이 되기 직전, 간수는 보푸라기 인 종이와 몽당연필을 가져다주었다. 높은 천장에서 희미한 등이 깜빡거리는 상황. 김용환은 연필에 침을 묻혀 가면서 남녀의 음란한 체위와 함께 음모 하나하나까지 극사실체로 그렸다. 얼마나 에로틱 했던지, 머리를 박박 깎은 죄수들이 침을 꿀떡꿀떡 삼키면서 이를 지켜보았다.
이 그림은 서대문 형무소에서 화제가 됐다. 춘화도 소식을 들은 형무소 소장은 이 기막힌 명화를 간수로부터 빼앗았다. 그 뒤로 그 그림은 실종됐다. 김용환의 춘화도가 존재한다면 근대의 유명한 명화 중 하나로 남았을 만하다. 좌우의 갈등 속에 천재 예술인이 겪은, 기구한 역사의 한 장면이었다.
답안지 백지로 냈는데 합격?
■낙서로 선생님들을 전출시켜 버리다
김용환은 어린 시절부터 천재의 면모를 드러냈다. 경상남도 진해군 진영에서 커다란 과수원을 운영하는 유지의 집안에서 태어났다. 집안 내력에 대해 약간 이야기하자면, 그의 할아버지는 부유한 집안임에도 불구하고 장자에게 재산을 몰아주는 관습에 따라 능력 있는 형에게 얹혀서 살아가는 처지였다.
가장의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일장일단이 있겠는데, 할아버지는 거기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편승해 술만 먹고 살았다. 김용환의 아버지는 자신의 아버지가 칠칠치 못해 재산을 다 뺏기고 술만 먹는다고 한탄했다.
김용환은 11형제 중 장남(남자 3형제)으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엄청난 그림 실력을 나타냈는데, 집안에선 '환쟁이'의 조짐을 반길 리 없었다. 서너 살짜리가 그림만 그리자 할아버지는 그를 광에다 가둬 버렸다. 며칠 동안 아무 소리가 없어 열어 봤더니, 광 안을 그림 낙서로 도배하다시피 해버렸다. 어른들이 놀라 자빠진 것은 물론이다.
김해의 한 초등학교를 다닐 때는 문제의 그림으로 학교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방과 후 청소 당번으로 청소를 하다가 칠판에 김해 제방에서 남자 선생님이 여자 선생님을 안고 있는 뒷모습을 그려놓았는데, 뜻하지 않게 파문을 몰고 왔다.
그 그림은 영락없이 그 학교에 재직 중인 총각 선생님과 처녀 선생님의 '썸씽'을 묘사했고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마스크가 정밀했다. 결국 두 선생은 김용환의 순진한 낙서 때문에 따로 전출되는 비운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완전히 그림에 빠져 동래고교에 들어갈 때도 그림 실력 외에는 다른 과목에 관심이 없었다. 불행하게도 답안지를 백지로 낼 수밖에 없는 실력이었다. 낙방은 이미 기정사실이 된 상태에서 답안지 뒷면에다 신문만화의 주인공을 그려 내고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합격통지서가 날아왔고 학교에 가자 미술 선생이 그의 그림을 칭찬했다. 그의 그림 실력이 어떠했는가를 알려주는 대목이다.
동래고교 졸업 후에는 그림 공부를 하겠다는 일념으로 일본 도쿄로 건너갔다. 유지 집안이었지만 그림에 대한 반감과 돈이 없는 할아버지를 둔 덕분에 학비와 생활비는 자신이 직접 벌어서 충당해야만 했다. 그림을 무기로 별별 아르바이트에 다 뛰어들었다. 신주쿠 거리에서 초상화를 그리기도 하고, 간판 집에서 조수로 일하기도 하고, 가미시바이라는 일본 종이 연극에 필요한 그림을 만들기도 했다. 가미시바이는 변사가 종이에 그린 그림을 보여주며 신파극조로 대사를 넣는 방식이었다.
학원 개념인 가와바다 미술학교에서 데생 공부를 하다가 지금은 일본의 일류 미대로 손꼽는 무사시노 미술대학의 전신인 데이코쿠 미술학교에서 정식으로 미술을 공부에 돌입했다.
■ 원고료에서 TOP을 달리다
해방 이후 그의 수입은 국내 모든 예술가 중에서 최고였다. 1955년 발행된 시사 월간지 <청춘> 10월호에 따르면 김용환은 매월 쌀 10가마 값에 해당하는 10만 환을 벌었다. 드라마 <영웅시대>에서 해방 전 싸전(쌀집)에 취직한 정주영이 월급으로 쌀 한 가마를 받아 들고 감동을 하는 장면을 생각해 보자. 월급으로 쌀 한 가마도 대단한 가치였는데, 쌀 10가마라면 보통 사람으로선 상상할 수 없는 수입이었다. <자유부인>의 정비석, <여대생의 정조>의 방인근, 월탄 박종화 등 당대에 가장 많이 번다는 소설가들을 압도했다.
일거리가 워낙 많다 보니 자연적으로 원고료에 따라 품질이 결정됐다. 김용환은 조수를 대동하고 큰 가방에다 온갖 그림 도구를 담아 가지고 다녔다. 그림에 들어간 사인을 보면 품질을 대략 알 수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 일본에서는 'K.Kita'라는 사인을 썼다. 국내에 들어온 이후에는 'Y.H.Kim'을 고집했는데, 원고료가 마음에 안 드는 작품에는 '木丁'(목정)을 사인을 넣었다.
자주 쓰다 보니 나중에 '木丁'이 진짜 호가 되어 버렸다는 사실이 우습다. 그의 대표작 <코주부 삼국지>(부천만화정보센터 간)를 통해 지금도 그를 만날 수 있다.
■미인 박명이라!
지금부터 전설적인 그림쟁이 '코주부' 김용환(호 木丁)을 소개하려 한다. 미인박명이란 말이 어울리려나. 미색이 뛰어난 여자가 주위 남자들 때문에 멀쩡하게 살기 힘들 듯, 기타고지라는 필명으로 해방 전까지 일본의 일류 삽화가로 이름을 날렸던 김용환은 너무나 뛰어났던 그림 실력 때문에 북한과 한국 정권이 자신의 곁에 두고 이용하려고만 했던, 그래서 개인사는 대단히 비극적일 수밖에 없던 그림의 천재였다. 운보 김기창 역시 만화 일감을 얻기 위해 꿀밤을 맞으면서도 그를 졸졸 따라다녔을 정도로 김용환의 지명도는 단연 톱이었다.
일본 데이코쿠 미술학교를 졸업하고는 <니혼쇼넨> 잡지 전속 삽화작가, 당시 일본 최고의 출판사 고단샤 작가로 활동하다 공습을 피하기 위해 해방 전 한국 땅을 밟았다. 해방 후부터 1959년 일본으로 건너가기 전까지 시사만화, 아동만화 분야에서 맹활약하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돈 잘 버는 예술인으로 군림했으나, 가정생활은 불행했다.
만화, 삽화, 일러스트레이션, 동양화, 서양화, 붓화, 펜화, 유화, 수채화 등 그림의 온갖 장르를 초일류 급으로 주물렀던 그림쟁이는 김용환 이후로 다시는 나오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김용환' 하면 펜화다. 세밀하고 유려한 펜 선으로 사실적인 화면을 연출하는 그의 능력은 예술이다. 동양이건 서양 소재 건 그의 펜만 닿으면 더할 나위 없이 격조 있는 그림이 되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최고의 그림쟁이로 통하던 그가 감옥에 갇혀 춘화도를 그리게 되는 기막힌 사건을 당한다.
1950년 6.25 직후 김용환은 부인과 함께 명동 언덕바지에서 '금붕어'라는 다방을 경영하고 있었다. 다방을 정리하느라 시간을 지체한 그는 한강 대교가 폭파됐다는 소식을 듣게 됐고 결국 서울 안에 갇혀버리고 말았다.
26, 27일 번갯불처럼 서울을 장악한 인민군은 반공 활동을 한 지식인을 색출하기 시작했다. 인민군 보위부에 붙잡힌 코주부는 취조 끝에 선동 조직인 미술가 동맹에 넘겨졌다. 그에겐 '악질 반동'이란 딱지가 붙었다. 전쟁 전까지 그는 남한에서 가장 잘 나가는 시사 만화가였기 때문이다. 그의 재주를 높이 산 미술가 동맹위원장은 구명을 대가로 전향을 제안했다.
바로 그 자리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한반도를 다 내주고 현해탄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포스터를 그리라 명령했다.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자신과 같이 잡혀와 있던 사람들이 끌려 나가 총소리와 함께 돌아오지 못하는 것을 여러 번 목격한 판국에. 포스터가 완성되자 인민군은 '이승만의 주구'였던 코주부가 전향을 했다며 그 포스터는 곳곳에 뿌려졌다.
아, 운명의 장난이런가. 9.28 서울 수복이 이루어지자 이번엔 국군이 그를 잡아들였다. 이승만 포스터를 본 방첩부대 CIC는 그를 빨갱이로 취조했다. 국군에서도 그를 알아보고 기회를 주었다. 인민군 포스터와 반대로 김일성이 북으로 쫓겨가 두만강에 풍덩 빠져죽는 포스터를 그려 목숨을 연명했다.
그 다음에는 '인간 지옥' 서대문 형무소로 이송됐다. 덩치가 큰 김용환에게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기아. 하루에 '가다 밥'(틀에 찍어 주는 밥) 두 개로는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간수 한 명이 제안을 해왔다.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그려서 마음에 들면 가다 밥을 한 개 더 주겠다는 것. 아주 진한 춘화도였다.
소등이 되기 직전, 간수는 보푸라기 인 종이와 몽당연필을 가져다주었다. 높은 천장에서 희미한 등이 깜빡거리는 상황. 김용환은 연필에 침을 묻혀 가면서 남녀의 음란한 체위와 함께 음모 하나하나까지 극사실체로 그렸다. 얼마나 에로틱 했던지, 머리를 박박 깎은 죄수들이 침을 꿀떡꿀떡 삼키면서 이를 지켜보았다.
이 그림은 서대문 형무소에서 화제가 됐다. 춘화도 소식을 들은 형무소 소장은 이 기막힌 명화를 간수로부터 빼앗았다. 그 뒤로 그 그림은 실종됐다. 김용환의 춘화도가 존재한다면 근대의 유명한 명화 중 하나로 남았을 만하다. 좌우의 갈등 속에 천재 예술인이 겪은, 기구한 역사의 한 장면이었다.
답안지 백지로 냈는데 합격?
■낙서로 선생님들을 전출시켜 버리다
김용환은 어린 시절부터 천재의 면모를 드러냈다. 경상남도 진해군 진영에서 커다란 과수원을 운영하는 유지의 집안에서 태어났다. 집안 내력에 대해 약간 이야기하자면, 그의 할아버지는 부유한 집안임에도 불구하고 장자에게 재산을 몰아주는 관습에 따라 능력 있는 형에게 얹혀서 살아가는 처지였다.
가장의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일장일단이 있겠는데, 할아버지는 거기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편승해 술만 먹고 살았다. 김용환의 아버지는 자신의 아버지가 칠칠치 못해 재산을 다 뺏기고 술만 먹는다고 한탄했다.
김용환은 11형제 중 장남(남자 3형제)으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엄청난 그림 실력을 나타냈는데, 집안에선 '환쟁이'의 조짐을 반길 리 없었다. 서너 살짜리가 그림만 그리자 할아버지는 그를 광에다 가둬 버렸다. 며칠 동안 아무 소리가 없어 열어 봤더니, 광 안을 그림 낙서로 도배하다시피 해버렸다. 어른들이 놀라 자빠진 것은 물론이다.
김해의 한 초등학교를 다닐 때는 문제의 그림으로 학교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방과 후 청소 당번으로 청소를 하다가 칠판에 김해 제방에서 남자 선생님이 여자 선생님을 안고 있는 뒷모습을 그려놓았는데, 뜻하지 않게 파문을 몰고 왔다.
그 그림은 영락없이 그 학교에 재직 중인 총각 선생님과 처녀 선생님의 '썸씽'을 묘사했고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마스크가 정밀했다. 결국 두 선생은 김용환의 순진한 낙서 때문에 따로 전출되는 비운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완전히 그림에 빠져 동래고교에 들어갈 때도 그림 실력 외에는 다른 과목에 관심이 없었다. 불행하게도 답안지를 백지로 낼 수밖에 없는 실력이었다. 낙방은 이미 기정사실이 된 상태에서 답안지 뒷면에다 신문만화의 주인공을 그려 내고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합격통지서가 날아왔고 학교에 가자 미술 선생이 그의 그림을 칭찬했다. 그의 그림 실력이 어떠했는가를 알려주는 대목이다.
동래고교 졸업 후에는 그림 공부를 하겠다는 일념으로 일본 도쿄로 건너갔다. 유지 집안이었지만 그림에 대한 반감과 돈이 없는 할아버지를 둔 덕분에 학비와 생활비는 자신이 직접 벌어서 충당해야만 했다. 그림을 무기로 별별 아르바이트에 다 뛰어들었다. 신주쿠 거리에서 초상화를 그리기도 하고, 간판 집에서 조수로 일하기도 하고, 가미시바이라는 일본 종이 연극에 필요한 그림을 만들기도 했다. 가미시바이는 변사가 종이에 그린 그림을 보여주며 신파극조로 대사를 넣는 방식이었다.
학원 개념인 가와바다 미술학교에서 데생 공부를 하다가 지금은 일본의 일류 미대로 손꼽는 무사시노 미술대학의 전신인 데이코쿠 미술학교에서 정식으로 미술을 공부에 돌입했다.
■ 원고료에서 TOP을 달리다
해방 이후 그의 수입은 국내 모든 예술가 중에서 최고였다. 1955년 발행된 시사 월간지 <청춘> 10월호에 따르면 김용환은 매월 쌀 10가마 값에 해당하는 10만 환을 벌었다. 드라마 <영웅시대>에서 해방 전 싸전(쌀집)에 취직한 정주영이 월급으로 쌀 한 가마를 받아 들고 감동을 하는 장면을 생각해 보자. 월급으로 쌀 한 가마도 대단한 가치였는데, 쌀 10가마라면 보통 사람으로선 상상할 수 없는 수입이었다. <자유부인>의 정비석, <여대생의 정조>의 방인근, 월탄 박종화 등 당대에 가장 많이 번다는 소설가들을 압도했다.
일거리가 워낙 많다 보니 자연적으로 원고료에 따라 품질이 결정됐다. 김용환은 조수를 대동하고 큰 가방에다 온갖 그림 도구를 담아 가지고 다녔다. 그림에 들어간 사인을 보면 품질을 대략 알 수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 일본에서는 'K.Kita'라는 사인을 썼다. 국내에 들어온 이후에는 'Y.H.Kim'을 고집했는데, 원고료가 마음에 안 드는 작품에는 '木丁'(목정)을 사인을 넣었다.
자주 쓰다 보니 나중에 '木丁'이 진짜 호가 되어 버렸다는 사실이 우습다. 그의 대표작 <코주부 삼국지>(부천만화정보센터 간)를 통해 지금도 그를 만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