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를 보았습니다.

엄청난 관객을 동원하고 있고,그래선지 노통도 봤다하며,
게다가 "왕의 여자가" 아닌 "남자"라니 약간 변태적인 포르노
냄새도  풍겨서...

어쨋던 흥미로와서 집사람과 같이 조조할인,경노할인,LGT카드
할인등 받을것 다 받아 단돈 2천원씩으로 봤습니다.
비디오 테잎 랜탈값이 하루에 얼만지 그것보다 싸다 싶으니
이래서야 CGV고 롯데씨네마고 영화관 장사 되겠나 싶더군요.
그러고 보니 "쉬리","친구"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이후
오랜만에 본 영화 였는데 어쩐지 기대만큼 감동을 준다거나
여운이 오래동안 남는 재미는 없었습니다.(본인 기준)
연산군의 폭정과 관련된 얘기는 옛날에도 여러번 봐서 다 아는
얘기이고.. 그저 연기자들의 호연,분장,촬영은 우리영화의
수준을 인정할수는 있었습니다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법이라고 도중 도중에 화끈한 동성애
장면이라도 나올것을 기다렸는데 "아니 올시다" 였습니다.
솔직히 남자 동성애의 노골적 장면은 그 흔한 포르노 영화
에서도 본적이 없는것 같아 흥미로운 기대에 실망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나오면서 집사람에게 "영화 별로네!", "왕의 남자"로 제목
붗일게 아니라 "왕과 광대"라고 하는것이 맞겠다" 했더니,
"다 그렇지!,괜찮턴데 뭐요!" 하는것을 보면 영화야 어떻던
오랫만에 같이 영화 한편,그것도 2천원이란 싼값에 기분내고
봤으니 "그만하면 됐지" 하는 기색이었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이와 관련된 우스개가 생각이 나서 잠시
옆으로 빠져 보겠습니다.

어떤 영감, 할멈이 포르노 영화를 보러가서 열심히 그 장면이
나오길 기다렸는데,지루한 변죽 두드리는 장면만 계속 나와
영감이 코를 골며 잠이 들자 할멈이 챙피해서 영감 옆구리를
찌르며 일어나라고 깨우니 영감, 깜짝놀라 눈을 비벼뜨며 하는말,

"엉이,인자 하나?"

이 영감이 마치 나 같았습니다.

다시 돌아와,
많은분들이 이 영화를 본것 같습니다.아직 안보신분은 한번
가 보십시요. 아래의 전여옥 전 대변인의 칼날깥은  "왕의 남자
관람후기"를 읽어 보시면 더 흥미로워 지실 것입니다.

                                       乞 期待.

                   
                                           
오케톡톡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토요일, '왕의 남자'와 함께 했던 오케톡톡 친구들
덕분에 매우 즐거운 한때를 보냈습니다.
언제나 그러하듯 팝콘을 우물거리면서
강렬한 배우들의 불뿜는 연기에 정신없이 빠져들어
갔습니다. 영화를 보고난 뒤 친구들과 내려오면서
그리고 또 치킨집 뒷풀이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모두 공통된 이야기가 "캬-"(주당들의 소주 첫 잔
마실 때 소리같죠?)
하면서 "연산군과 노무현 대통령 진~짜~ 닮았다!!!"
였습니다.
저도 내내 그 생각을 하면서 영화를 봤습니다.
어떤 영화가 '정점을 넘어서며 신드롬이 되는 이유는
시대상황과 절묘한 오버랩인 경우가 많습니다.
'왕의 남자'야말로 그렇습니다.
세상에 대해 한을 품고 있는
연산의 캐릭터는 노무현 대통령을 통해
지난 3년여 동안 수도 없이 확인했던 거지요.
"내가 왕이 맞긴 맞냐?"는 연산,
재신임해달라고 어깃장을 부리던 노무현 대통령,
생모의 죽음에 한을 품고 칼부림을 하는 연산,
친구의 근사한 가방을 면도칼로 그어버린
어린 시절 노무현 대통령,
광대 공길을 총애하며 종4품으로 임명하는 연산군,
유시민 의원을 보건복지부장관을 시키려고
열린우리당까지 우격다짐으로 눌러버린 노무현
대통령,
광대 공길과 단 둘이서
그림자 인형놀이를 하면서
어린 아이처럼 손뼉을 치며 좋아하는 연산군...
우리가 대충 상상했던
밤새 유시민 의원을 위시한
지지자들과 공무원들에게 열심히 댓글달며
신나했을 노무현 대통령이 쉽게 떠오르지 않습니까?
누구는 그랬다지요?
'아름다운 밤입니다. 대통령님-'
하고 연애 편지 쓰듯 이멜을 했다는 소문도 들릴 정도
아닙니까?
그 뿐이겠습니까?  
이 '왕의 남자'를 그 많은 사람들이
가슴저미는 심정으로 보는 진짜 이유는 또 있습니다.
연산군이 광대들을 불러들여
자신을 왕으로 인정하지 않는
정적이자 신하들을 제거하는 장면은
이 노무현 참여정부 들어와
선동적이고 선정적인 여론몰이로
멀쩡한 사람을 완전 폐인으로 만들어버린
노무현식 정치가 떠오릅니다.
저는 노무현 대통령의 기자회견 뒤
그 차디찬 한강물에 몸을 던진
고 남상국 사장의 모습이 겹쳐졌습니다.
게다가 광대들이 중국경극을 흉내내
재연하는 생모 폐비 윤씨의 죽음을 다룬 공연이
있습니다.
광기에 사로잡힌 연산군의 손에는 드디어
피가 묻습니다.
저는 저것이야말로 얼마 전 청와대의
양모 비서관이라는 사람이 말했던
'저주의 굿판이구나' 싶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 '왕의 남자'를 보고
'상상력이 뛰어난 영화'라고 짧게 한마디만
했다고 합니다.
입만 열었다하면 최소한 1시간은 이야기하는
노무현 대통령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 이지요?
그의 침묵이나 다름없는 짧은 한마디는
우리에게 많은 추측을 하게 합니다.
이 '왕의 남자'는 또 하나의 광대놀음입니다.
극중 광대들의 놀이판에 열광했던 군중들처럼
600만명을 넘어 1000만명에 가까운 이 나라
국민들이 '왕의 남자'를 선택하고 있는 것은
이 영화가 그저 영화에 그치지 않고
노무현 정권이 겹쳐지는 영화 밖의 현실과 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이 나라 국민들의 솔직한 속내를
노무현 대통령이 읽어야만 할 것입니다.
저희 방 보좌관 파인더님이 그러는데
최근 40대 이상 장년층 남자관객이 엄청 늘었다고
합니다.
"그들이 꽃미남 이준기를 보러가는 것은 아닐테고
하나의 정치적 텍스트를 읽기위해 가는 것"이라는
그의 말에 저도 동의합니다 .
'왕의 남자' -
여러분은 누구의 심정에서, 누구의 입장에서 보셨
습니까?
10대는 공길의 입장,
20대는 장생의 입장,
30대는 연산의 입장,
40대는 처선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게 된다고도
하더군요.
항간에는 '왕의 남자'가 유시민 의원이라는 말이
떠도는데
이준기 팬들이 "유시민은 너무 했다"고 한답니다.  


2006년 1월 24일     전여옥 올림
(http://blog.naver.com/mymyday.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