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오랫만이네,
내일모래 갑인데 일본 중국에 구멍가게 열어놓고 동분서주 하다보니 전화  한번 제대로 못하여, 마침, 며칠 전 귀국하여 산행메모를 정리 하던 중 2년전에 서울부산 단합산행기를 보게되어 이글을 올리니, 비오는 날 소줏잔 땡기며 읽어 보거래이.....
친구 아거들아 요거로 인사로 대하자이,
안뇽!

바람을 베게삼고 구름위에 누워

         -부산-서울 단합산행기-             김 병 규

[단합대회] 말만 들어도 가슴 설레며 신바람이 난다. 매년 만나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더욱 뜻깊은 날이다. 부산.서울 견우와 직녀가 만나듯 집행부에서는 한달 전부터 부산하게 분위기를 잡았다.
부산의 벌떼40명을 테운 뻐스는 토롯음악에 신나게 미끄러져 질주하고 뻐스 뒷좌석에는 새벽부터 수질검사로 카-카- 그린다. 허기야 서울에서 내려오는 재경동기들도 그냥 오지는 않을 듯하다.  [바쁘신데도 불구하고 아낌없이 성원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며 41회의 단합된 모습은 타기수의 모범이 될만하다]는 박진호 동기회회장의 인사에 우렁찬 박수를 받았으며 역시 부지런한 총무는 회비와 찬조금을 받겠다는 방송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어느듯 11시가 넘어서면서 상주시 외곽을 돌아 가은 쪽으로 가는듯하였다 잠시 멈추고 길을 물으니 20분은 더 갈 모양이다. 산세가 수려해지면서 마을마다 감이 익어 발갛게 타올랐다. 뻐스가 잠시 쉬면서 평풍같은 바위를 뒤로하고 마을어귀의 인심좋은 가게주인에 의해 광주리에 수북한 감이 금방 없어졌다. 정말 우리는 고향이 그리웠나보다. 그래서 역시 산은 고향이라고 하지 않느냐. 뻐스는 숨을 몰아 쉬듯 달리드니 금방 목적지에 온듯하다.
12시 가까워서 벌바위 주차장에 도착하여 서울의 직녀를 기다리니 약속이나 한듯 금방 도착하여 악수하며, 부등켜안고 한참이나 눈시울을 붉히는 그들이 정말 멋진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는 모두 고향을 찾은 것이다.
소백산맥의 자락끝에 살짝 숨겨진 대야산을 찾은 것이다. 일행은 해후도 잠시 잊은채 산행이 시작되었고 삼삼오오 짝을지어 오르니 금새 용추골에 다달으니 모두들 모아서 가자고하였다. 서울에서온 찬익이찬자, 현우현자 커플은 폼은 근사한데 산을 탈 생각은 뒤로한듯 자리를 잡았고 역시 한광스님곁에 중생들이 우루루 앉아 공양이 시작되니 주저앉아 한잔했으면하는데 그래도 기다리는 님이 있는듯 정인이와 선두에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성학이와 영해는 월영대 쪽으로 바로치는 것 같았고 20여명은  피아골에서 곰바위 쪽으로 산행이 시작되었다. 완만한 길은 금새 없어지고 가파른 암릉이 시작되었고 로프를 이용하여 바위를 오르니 아기자기한 바위들이 즐비하다. 빗방울이 재법 얼굴을 스친다. 곰바위 장화바위등이 꿈틀거리며 손에 잡힐듯이 보인다. 곰바위는 중대봉을 머리에 이고있고 그위로 상대봉(대야산 정상)이 있으니 우선 선두 정인이를 만나 점심을 하는것이 좋을 듯하여 중대봉자락에 비를 피하기로하였다. 여기저기 모여 앉아 카-카- 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황의스님의 곡주는 일품이었으며 서울의 진철이는 이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삼겹살을 먹어보는 듯 마냥 즐거워 하였으며 역시 덕걸이도 껄덕거렸다. 정말 신선인가 뒤로는 한복을 차려입고 머리를 곱게 빗질한 색시처럼  암벽들이 가을 비에 젖어 더욱 가슴을 뭉클하게하였다.
강행군하여 중대봉(830M) 도달하니 상대봉이 손에 잡힐듯 웃고있고  멀리서 우리를 반기듯 남쪽으로 조황산(951M) 청화산(984M)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늠늠하게 웃어댄다

더디어 가파른 숨을 몰아쉬니 정상인 대야산(931M)이다. 사방으로 산줄기가 발갛게 타오르며 여기저기 파도친다. 북쪽으로 백두대간의 희양산 장성봉이 밀려들고 조황 청화 속리산이 남쪽으로 물결치는 모습이 장관이다. 누군가가 아는척하며 장성봉뒤에 살짝내민 군자산과 칠보산이 고개를 내미는 것을 보고 [속리산이다]라고 중얼거리다 코만 다쳤다. 저 멀리 낙양산과 화양구곡도 보인다. 정말 대야산이 이렇게 정 중앙에 자리하여 산세를 이루니 오늘은 더욱 신이 난다.
우리는 다시 용추계곡을 향하여 하산하기 시작하였다. 여기서 부터는 급경사라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곤란하다.  암반위로 흘러내리는 이슬같은 폭포에 더욱 운치가 있으며 그래도 이곳이 유명한 15M 암반폭포다. 낙엽밟는 소리가 저벅거리고 서울아줌마가 아이스케키를 두번이나 타니 누군가[냄비고쳐]하고 우스게를 했다. 황의스님 부부는 한참 안보이드니 이상한곳에서 둘이 나타났다, 아마도 다래골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닌가. 글세 약간 실례했는지 모르겠다. 피아골을 따라 밀재, 다시 월영대를 만나 월영대 반석에 앉아 모두 쉬어가니 시간가는 줄 모른다. 두 골짜기에서 물이 만나 용추골이되어 명경지수가 흐르니 지금부터 전부 반석이다. 계곡은 형형색색으로 변하여 물소리를 내면서 바위가 꿈틀거린다 이곳이 [왕건]촬영지인 용추다. 그러나 기쁨도 뒤로하고 나는 잠시고개 숙여 묵념하였다.
1996년7월 여름 고김동진선배(33회, 망월산악회 회장)가 이곳에서 [말씹쏘]라고 발음을 강하게하여 유래를 설명하여 웃겼던 기억이 새롭다. 옛날 이곳 용추에는 용 두마리가 살았는데 하트형의 윗 용추가 용의 머리이고 타원형의 아랫 용추가 용의 꼬리라하였다 암수 두마리의 용은 결국 하늘로 승천하였다고하는데 가뭄이 심하면 농민들이 이곳에서 기우재를 지낸다고한다. 성학이와 영해는 다시 산으로 마중을와 대단한 실력을 과시했고 떠나기 싫어 마냥 물에 취해 있었다.
잊지 못하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영락이는 못내 헤어지기 싫어서 내 곁을 떠나지 못하고 화용이는 뻐스에 테우느라 정신이 없고, 그런데 아무도 갈 생각을 안했다. 감식초에 소주를 타서 마시니 그 또한 일품이라 우정은 변치 않고 날은 깊어 가는데                      

모두들 허세와 오만과 증오 우매함이 난무한 이 더러운 세상에서 지쳐있는 우리들에게 오늘 같이 바람을 베게 삼고 구름위에 누워 세상을 내려다 보며 친구들끼리 소줏잔을 겨루니 어디 부러울 때가 있느뇨. 41회벌떼들 우리모두 건강하고 변치말자.    

대야산 말십소에서  너희들의 영원한 친구 김병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