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와 초의 스님의 교류는 가만히 보면 샘이 날 정도로 정이
넘치고 친밀한데 초의 스님이 만든 차를 추사는 그야말로
홀라당 반해버리고 마는데 언젠가 초의가 추사에게 차를
보내면서 백파선사에게 차를 건네 줄 것을 부탁했는데 그 좋은
차를 본 추사가 고이 건네줄리 있겠는가? 제 수중에 공짜로 굴러
들어온 차를....기냥 띵박아 먹고 한다는 소리 좀 보소...

\"나누어 준 차는 백파를 주기가 엄청 아깝구먼. 흠흠... 그 큰
싹과 고아한 향기며 맛이 너무나도 뛰어나 남을 주기가 영...
어떻게 한 포만 더 보내 줄 수 없을랑강 @,@~~????\"

이 지경이니 초의로서는 무대책이 상대책...
그저 학을 떼고 달라는 대로 줄 수 밖에... 넙죽넙죽 낼름낼름
주는 대로 차를 받아먹다가 혹시라도 차가 늦어지거나
떨어지면 안면에 철판을 깔고 뎀벼드는데...

편지를 보냈는데 한번도 회답이 없으니 어찌된 것인고?
산중에 필시 바쁜 일도 없을 터이며 세상일에 간섭하고자
함이 싫어서 그런 것은 아닌가?  나같은 사람으로는 허벌나게
답답하구만잉...나는 초의의 면상을 보고자 함도 아니요, 땡초의 편지를
보고자 함도 아닌 것이, 오직 차인연을  차마 단교하지 못할 뿐이며
능히 파괴치도 못할 뿐일세. 또 이것은 차 보낼 것을 독촉하는 것 뿐이지  
씨잘데기 없는 편지 나부랭이를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닐세.
다만 양년에 차 담는 소쿠리가 터~엉
비었고 차 수입도 없으며 또 수입이 있다 해도 늦으니 애석한 일이로다.
2년동안  세금받지 못하고 밀린 차를 함께 줄 것이요, 다시는
미루어 잘못함이 없도록 땡추는 각별히 조심할 것을 당부허노니...험험...ㅡ.ㅡ...

이런 투의 편지 뿐 아니라 초의의 차를 알겨 먹는데 이골이 난 추사 아저씨...

\"편지와 차 보퉁이를 보니 눈알이 번쩍 띄는 것을 느낄 수 있었네.
씨잘데기 없는 편지는 본시 생각도 아니헌 것이지만서도...그래도 보니
쬐께 반갑기도 헌 것 같기도 허고... 그란디, 치질(...ㅡ.ㅡ...)로 고상을
한다고 하니 진실로 가이없는 일이시...
그것은 좋은 차를 혼자서 먹고 다른 사람과 더불어 먹지 않은  
탓에 감실에 계신 부처님께오서 영험하신 벌로 그런 것일세.
이런 실상은 아마 하늘이라고 해서 어쩌지 못할~껄? 껄껄껄...
차를 먹고 생긴 병이니 차로써 치료해야 허지 않나 싶으이...흠~...ㅡㅡ;;;

또 다른 편지에...

\"어찌 땡추 마음의 혜택을 칭송하지 않을 수 있겄는가?
여보시오 땡추, 금년에도 차의 시기는 이미 다 지나가 버렸으니
이 늙은이의 차의 탐심은 채울 수 없는 것이니 침만 질질~~~
흘리고 구할 수가 없다는 것...
그동안 한 스님으로부터 연곡사 스님이 시험삼아 만든 차를
조금 얻어 써 보았네. 품질은 대단히 아름다우나 땡추의 수법을
가르쳐 줄 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일세.\" 라든지

\"차의 혜택은 병든 위를 상쾌하고 깨끗하게 하여 골수에까지 미치는데
하물며 침울한 요즈음에 느끼는 차의 은혜는 어떠하겠는가.
멀리있는 사람에게까지 끼쳐 주시는 두터운 그 뜻은
평생토록 감사 드려야 할 것 같으이...\"

때로는 공갈로, 때로는 아부로, 또는 치켜 세웠다가 올렸다
내렸다 아무튼 차 한봉지 얻으면 고마움을 못이겨 그 유명하고
당대에 휘날리던 명필을 휘둘러 글씨를 보내곤 했던 추사였고
초의 스님에게 써준 명선(茗禪)이라는 불후의 명작이라든지
현재 대흥사에 걸려있는 운백복(運百福)이란 현판글, 제주도에서는
반야심경 한벌을 써 보내는 정성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나라 망하는 줄 모르고 눈앞의 권력과 이권을 놓고 싸움박질만
일삼던 우리의 존경스런 세도가들은 기어코 일본에게 나라의
주권을 뺏겨버리는 위대한 업적을 남기고....
다도무문이요, 다선일여나 무위자연을 찾던 우리의 차 대신
일본의 다도가 안방을 차지하고 말았죠.
물론 조선을 강점한 일본인들과 그들에게 빌붙어 영화를 꾀하던
친일파 사이에서의 일이지만 말입니다.
일본인들은 한국에는 다도가 없다고 빈정댑니다.
한국인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키려는 일본인의 잔꾀를 모르고 그
말에 속 못차린 자칭 한국의 茶人들은 앵무새 처럼 일본의 다도를
지금도 흉내내고 있으니...
다산 초의 소치의 맥을 이은 정통파 다도라며 말입니다.

우리나라의 진정한 다도정신은 자연 속에 있지요.
자연 속에 풍류정신으로 고스란히 남아 뜻있는 차인들의
내면 속으로 잔잔히 흐르고 있습니다.
차의 역사는 깊으나 그럴 듯한 차문헌이나 차 도구들이
희귀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기도 합니다.
자연과 하나되는 차의 정신...

지금까지 참고로 한 문헌들을 소개 합니다.

김대성 著. 우리 차문화 유적 답사기(상. 중. 하)
이기윤 著. 한국의 차문화
이기윤 著. 다도
대원사 刊. 다도
한승원 著. 소설 草衣
諸岡 存.家入一雄 共著. 조선의 茶와 禪

<반야심경첩 般若心經帖>
김정희 (金正喜) / 19세기
종이 / 24.0×14.0㎝
보물 547호
호암미술관 소장

조선후기를 대표하는 학자요 서예가인 김정희(金正喜.1786∼1857)는
불교에도 조예가 깊었다. 그 자신이 학문하는데 있어서도 불경(佛經)과
유가(儒家) 경전(經典)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당대의 고승인 초의선사(草衣禪師) 의순(意恂.1786∼1866),
백파대사(白坡大師) 긍선(亘璇.1767∼1852)과는 한 평생을 친구요
학문적인 동반자적인 관계를 유지하였다.
초의선사는 다신(茶神)이란 명성에 걸맞게 우리나라 다도(茶道)의 정립자로
{동다송(東茶頌)이란 책을 저술하였으며 추사가 제주도 유배시 차를
끊임없이 보내 주곤 하였다. 백파대사는 추사와 선(禪)에 관련된 학문적인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백파가 임종하자 추사는 ‘화엄종주백파대율사대기대용지비
(華嚴宗主白坡大律師大機大用之碑)’라는 비문을 써 주는
이 글씨가
추사 만년의 걸작품이라 한다. 이런 연유에서인지
김정희는 평소에 불교의
요체를 담은 반야심경을 즐겨 썼다. 이것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종손가(宗孫家)에서 보관되어 오던 것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한 점 한 획 소홀함이 없이 정성을 깃들여서 쓴 역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