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바극장
글/박종영
숟가락 장단에
빈 바가지가 서럽게 둔탁 거린다.
일 년 열두 달 목청 돋우는 우리 각설이
누더기 옷고름에
여문 세월이 대롱대롱 서럽다.
문전걸식 호강이 웬 말이냐?
태어날 때부터 품바 타령을 불렀더냐.
조상탓 하염없어 강물에 떠나보내고
작년에 왔던 각설이
금년에도 잊지 않고 또 와서
호들갑 풍년을 호들갑 두드린다.
별처럼 흘러 목말 타는 사당패거리들
외로운 산모퉁이 돌아 강물에 빠진다.
아이고, 부자 사람들 들어나 보소
가난으로 타오르는
빛나는 질타를 외면하지 마소.
내 팔자 너팔자 발가벗으면 누런 몸뚱이려니
가득 찬 심보 꺼내어 줄다리기하면
오죽이나 질 길가 마는
마음 고운 우리 각설이가
오늘도 눈웃음치며 자비를 베푼다.
신명나게 춤추고
구슬픈 가락 가슴으로 쏟아낸다.
팔도강산 내 집이니 정승판서 안 부럽고
우리 강산 골고루 피어난 풀꽃이
덩달아 춤을 춘다,
만물이 기쁨으로 소생한다.
늙은 각설이 목청 잠재우고 오던 길 돌아가면
하늘 꼭대기에 고대광실 지어놓고
세상 돌아가는 꼴불견 굽어보며 살 것이다
오늘따라 각설이 쪽박 깨지는 소리
처절한 신명이 절정이로다.
얼씨구 절시구, 시구시고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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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신연철 [cycshin@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