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쨋날 (8월23일 맑음)

약속된 시간 2시 기상, 방을 정리하는 순간 우리 일행의 사진 작가인 박기현(건축,65) 동문이 등산화를 침대에 발을 놓고 등산화 끈을 매고있는 것을 현지 종업원이 보고 카운터에 연락 즉시 벌금 50元을 요청하여 지불하고 이희종(법학,54)동문 형수님이 수건에 커피를  흘러 닦은것이 화근이 되어 30元을 지불해야 했다. 정말 무서운 곳이다.

2시30분에 각자 아침과 점심도시락을 지급 받아 짚차로 40분 거리의 위치에서(어두워서 어딘지 모르겠지만) 하차 어둠을 같이하며 1,400여계단을 올라 5호 경계비(북한과 중국의 경계비)에 도착하니 4시25분(마지막 올라온 사람기준) 약간 쌀쌀한 날씨였다. 맑은 날씨여서 동쪽 해뜨기를 기원하면서 紀제를 지내고 동트기를 기다리며, 이곳저곳에서 기념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4시40분 동녁의 동이 뜨기 시작하여 4시45분경 천지의 일출이 우람하게 솟았다. 각자 자기의 소원을 빌며 민족의 영산에서 氣를 담으며 자신을 키웠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천지는 벌거 벗었다! 우리 일행에게 이렇게 아름답고 신비함을 보여 줄수 잇을까?

아! 조국통일이여. 온국민이 중국땅 아닌 우리땅으로 장군봉을 구경하였으면, 멀리 북녘땅에 장군봉(백두봉,2,774m)이 보인다.  5시 5호경계비를 출발 가파른 산행이 시작되면서 첫째 봉우리 마천봉 이름모를 야생화에 자연의 아름다움이 때묻지 않은 곳에서만 있다는 것을 느끼며 한발짝씩 옮기며 나를 생각 할 수 있었다. 마천봉에서 청석봉을 지나니 가파른 내리막길은 일행들을 놀라게 하였다. 경사 80도 정도의 급경사에서 조심, 조심스럽게 하산 아침식사를 위해 천지에서 흘러나오는 계곡물과 함께 아침식사를 하고 있는데 뒤따라오는 산행팀이 있었다. 그들은 순천에서 출발하여 인천공항을 거쳐 밤잠을 버스에서 보내며 천지를 구경하겠다며 일출을 보지 못한것을 못내 아쉬워하면서 일정에 쫓겨 아침식사도 못한채 서둘러 백운봉을 향하는 것을 보며 인생이 쉬었다갈 수 있는 여유가 없는 것을 안타까워 할뿐이었다. 우리일행은 한시간의 휴식을 취하고 백운봉(2,691m)을 향해 바위길,자갈길,너들길을 번갈아 가며 한발 두발 옮겨 갔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30분쯤 오르니 백운봉 능선이다. 나무 한 포기 없는 초원에 이름 모를 들꽃들이 즐비하게 피어있다. 유승관(건축,78)동문이 에델바이스 꽃을 보았단다. 들국화와 할미꽃을 합성한거 같단다. 내 눈엔 보이질 않아 아쉬웠다. 일행은 백운봉 정상을 향하였고 후미인 나는 늦을 것 같아 백운봉은 오르기를 체념하고 일행이 내려오기를 기다려야만 했다. 잠시 휴식후 녹명봉을 향해 비탈길을 조심스레 걸었다. 이 길은 바위길이다. 녹명봉이 바위산이다. 휴식 때 거북이 상을 한 바위는 분명 거북이었다. 우리의 걸음걸이도 거북이 걸음이 되었다. 녹명봉을 옆으로한 산행은 또 하번 급경사를 만났으나 무사히 하산하여 넓은 들판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호텔에서 지급받은 도시락과 서울에서 준비한 밑반찬으로 정상주를 곁들여 즐거운 점심시간이 되었다. 식사가 끝날 무렵 찬바람이 불어 벗어 둔 자켓을 다시 입고 하산 준비를 하며 날씨의 변덕에 또 한번 자연의 힘 앞에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가를 확인하였다.

차일봉을 앞에두고 하산길에 아직도 녹지않은 눈이 있었다. 식사후 3시간여 걸어 내려온곳이 소천지다. 정말 볼품없는 작은 연못에 불과했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이 곳을 즐겨 찾는 곳이란다.

대기한 버스를 타고 천상온천호텔에 도착 여정을 풀었을때 오후 4시였다.

오늘 하루 걸어온 길이 까마득하다. 자유시간을 가진 후 7시 저녁식사 시간이다.

아마도 먹는다는 즐거움이 있기에 이렇게 힘든 산행을 하였는가 보다. 이 곳에 와서 보니 이희종(법학,54)동문의 고향(합천) 후배이신 이기봉 사장이 경영하는 호텔이란다. 사장님은 서울에 출장가고 없었으며, 종업원과 연락 서울에서 전화가 왔단다. 일찍 알았으면 “송아지라도 한 마리 잡아 드렸을텐데..”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그 말에 박상효(화공,61)동문의 덕담인지 가시 돋힌 말인지 “송아지 한 마리 없어질 뻔 하였구만....”

이 테이블 저 테이블 옮겨가며 술잔을 돌린 서건일(전기,62) 동문이
식사가 끝나고 부산에서 온 동문들을 위로하기 위해 옆집으로 옮겨 산천어(천지에서 잡았다고 함)회와 소주 등을 제공하였다. 감사합니다.

내일을 위해 휴식을 취할 시간이다.